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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저장해 두었던 책.
이북 리더기를 구매하고 밀리의 서재 구독을 하다 혹시나 해서 검색했더니 나왔고 최근에 읽어보았다.
작가의 루틴이라는 제목때문인지 글을 쓰기 위한 루틴인가 싶었지만 전반적인 생활 루틴에 대한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사실 작가의 생활은 곧 글쓰기이기때문에 분리해도 될까 싶지만..
김중혁, 박솔뫼, 범유진, 조예은, 조해진, 천선란..
익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작가님들의 짧은 이야기를 들으며 즐겁게 읽어낼 수 있었던 책이다.
읽으며 밑줄을 그어 둔 내용들을 아래에 남기며 소개를 마친다.
발췌
일어나서 정신을 차린 후에 영화를 맨 처음에 보는 이유는 접근성이 가장 좋은 이야기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자극적입니다.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음악을 사용하고, 미술을 사용하고, 말을 사용합니다. 다양한 감각을 깨우기에 좋습니다. 영화를 보면서는 마음껏 메모합니다. 영화가 일깨운 감각, 새로운 아이디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사를 종이에 적습니다. 온몸이 이야기를 통해 깨어납니다.
*깨진 루틴: 1981-2022-김중혁
게다가 무언가에 특정한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무심코 발레를 우아함과 연결시켰다.
때로 어떠한 분야는, 직업은, 단어는 특정한 이미지를 지닌다. 대부분 오랫동안 미디어에 의해 주입된 이미지일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앞으로 계속 걸어 나가면-범유진
병을 앓고 있는 당사자가, 미디어에서 흘려들은 단편적인 정보만을 가진 비당사자보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음은 당연하지 않을까. 자신들의 얄팍한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 당사자성을 지움으로써 그들이 얻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궁금할 때가 있다.
*앞으로, 앞으로 계속 걸어 나가면-범유진
내가 주체가 되어 무언가를 판단한다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일이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을 산 것이 온전히 나의 판단 때문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그 옷을 사게 만든 외부적인 요인, 특히 마케팅과 미디어의 유행은 그 판단에 조금의 영향도 주지 않았을까? 불가능하다. 세상과 단절된 채 집에 베틀을 놓고, 혼자 베 짜는 것부터 옷 만드는 것까지 다 해내지 않는 이상 완전히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 타인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고집을 부리게 된다. 나는 주체적으로 판단한 거라고. 주체성을 지키기 위한 고집이 결국 주체성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판단이 온전히 주체적인 것이 아님을 인정해야만 어떠한 부분에서 그러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다음에 옷을 살 때는 의식적으로 그 부분을 재고할 수도 있다.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운동을 싫어한다는 걸 인정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앞으로, 앞으로 계속 걸어 나가면-범유진
나는 모든 습작생들에게 적극적인 독서를 해 보라고 권유하곤 하는데, 그건 특정 문장에 밑줄을 긋거나 포스트잇을 붙인다든지 개인 SNS에 올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이야기하는 적극적인 독서란 좋은 문장, 인상적인 장면, 뜻밖의 사건, 놀라운 주제의식과 결말, 이 모든 것을 '만약 내가 쓴다면'으로 가정해서 읽는 것이다.
*삶은 작은 것으로 구성된다는 것-조해진
그 시절 나의 방은 엉망이었으며 생활은 어리석었다. 나는 무기를 휘두르듯 소설을 썼고 그 무기에 내가 먼저 다치곤 했다. 나의 현실은 고양이 요정의 활약이 아니라 열역학 법칙과 질량보존의 법칙으로 움직인다. 무질서는 증가하고 없던 것은 생기지 않는다. 내가 해결하지 않은 것들은 그 자리에 존재하다가 형태를 바꿔 내 주변을 부유한다. 나는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가 사라졌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다른 형태로 변해서 나의 방을 떠도는 것만 같았다. 내가 내버려 둔 것, 외면한 것, 지키지 못한 것, 미래의 나에게 미루고 과거의 나에게 버린 것...... 현재의 나는 그런 것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때로 나를 가격하는 우울감, 무력감, 좌절감, 낭패감, 비관적 사고 등의 기원은 바로 그런 것들에 있을 것이다. 나는 매일 닦아 내야 한다. 나는 내가 치워야 한다.
*열린 결말-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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