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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 박찬국 (21세기북스)(서가명강) [밀리의 서재]

by vetiver 2023.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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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 강의를 책으로 만난다!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의 열여덟 번째 책이 출간됐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서울대 교수진들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긴 서가명강 시리즈는 독자들에게 지식의 확장과 배움의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는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가 되어줄 쇼펜하우어의 소중한 통찰을 담고 있다. 국내 최고의 실존철학 권위자인 서울대학교 철학과 박찬국 교수는, “사는 게 고통이다”라는 인생의 본질을 관통하는 쇼펜하우어의 메시지를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비유로 풀어낸다. 단 한 번이라도 사는 게 고통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인생의 의미를 잃고 헤매고 있다면 쇼펜하우어의 말에 귀 기울여볼 것을 권한다. 촌철살인 염세주의 철학자로도 잘 알려진 쇼펜하우어는 우리 인생과 세계의 어두운 면을 철저하게 폭로하는 동시에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고통의 본질을 마주하게 한다. 이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내 인생과 화해할 수 있는 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저자
박찬국
출판
21세기북스
출판일
2021.06.02

 

두 번째 읽는 서가명강 시리즈.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라는 책이다.

 

딱 보면 알겠지만 철학에 관한 책이지만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풀어주는 식으로 흘러간다.

그래서인지 약간의 도움을 받으며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냥 술술 읽어나가는 책들도 좋지만 읽으며 뭐라도 하나 배울 수 있는 책도 좋아하는 편이다.

 

혹시나 궁금했던 분들이 있다면 꼭 읽어보시길..

 

마지막에는 읽으며 발췌했던 부분을 올려두고 가겠다.


발췌

아무리 즐거운 향락도 습관이 되면 즐거움은 점차 감퇴하며, 결국에는 아무런 감흥도 일으키지 못한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면 그것은 지겨운 일이 되고 우리는 권태에 빠진다. 권태가 오래 지속되면 무기력과 허무감, 더 나아가 심각한 우울증을 초래할 수 있다. 장기간 지속되는 권태는 극심한 고통이기 때문에 교도소에서는 규율을 어긴 수감자들을 독방에 오랫동안 가두기도 한다. 수감자들은 고문보다도 독방에 감금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독방에 감금되기보다는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모든 곡식이 저절로 잘 자라고, 비둘기들이 평화롭게 하늘을 날고 또한 모든 남자가 손쉽게 애인을 얻어 잠자리를 함께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은 얼마 안 가 권태를 느껴 죽어버리든가 스스로 목을 졸라 죽어버릴 것이다. 아니면 싸움과 살해를 일삼으면서 지금보다 더 고통으로 가득 찬 세상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인간에게는 이 세계가 가장 알맞은 곳이며 우리의 생활방식이 가장 적합한 것이다.
-쇼펜하우어
자녀를 가진 부모가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은 자녀가 자신보다 먼저 죽는 것이지만, 부모가 오래 살수록 자녀가 자신보다 먼저 죽을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어차피 죽음으로 끝날 인생을 우리는 인생이 가끔 던져 주는 쾌락에 속아서 살아갈 뿐이다. 이러한 쾌락은 마치 거지에게 한 푼을 던져주고서 비참한 삶을 하루 더 연장해 주는 적선과도 같다. 사람들은 하루살이 같은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허덕인다.
심지어 우리 인간은 세계는 망해도 자신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마저 할 정도로 자기중심적인 존재다. 개체가 이러한 이기심을 넘어서 종족 유지에 헌신하게 하기 위해, 자연은 부모가 제 자식을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로 보게 만든다. 개체는 자식이 예뻐서 자식을 위해 온갖 노고를 다 하면서도 행복을 맛보지만 결국은 종족에게만 이로운 일을 자신의 행복으로 착각하는 셈이다.
세계는 결국 사람들의 정신에 나타난 세계다. 따라서 정신의 수준에 따라서 세계는 달리 보이게 된다. 인간은 피부에 싸여 있듯이 자신의 정신 속에 갇혀 있다. 쇼펜하우어의 이러한 사상은 불교의 '일체유심조'와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동일한 물이라도 인간에게는 마실 것으로 보이지만, 물고기에게는 거주지로 보이고, 천상의 신들에게는 보석으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음의 상태나 마음의 수준에 따라서 우리는 그때마다 다른 세계에 산다. 따라서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세계를 바꾸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바꿔야 한다.
우리 삶의 외부 조건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운명에 따라서 변화할 때가 많다. 이에 반해 정신은 우리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대체로 변하지 않는다. 정신이 고귀한 자는 외부 조건이 아무리 변해도 평정을 유지한다. 이에 반해 정신이 천박한 자는 외부 조건이 변화함에 따라서 감정이 죽 끓듯이 변한다.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차이는 너무나 크기 때문에 인생의 행복은 객관적인 요인보다도 주관적인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달은 실제로는 매우 단순한 형체를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에게 아름답게 보인다. 이는 우리가 달을 욕망의 대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달을 소유하려고 하지 않으며 달에 대해서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달이 보이지 않을 때도 아무런 불만이 없으며, 달이 보일 때도 그것에게 아무런 욕망도 기대도 하지 않고 호젓하게 바라볼 뿐이다.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직관하기 때문에 달은 아름답게 보인다.
예를 들면, 일부 사람들은 산이나 유적지 같은 데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써놓는다. 이는 그것들이 그들에게 아무런 감흥도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이라도 써서 억지로 자신에게 흥분을 일으키는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하는 행위다.
인간들의 무한한 이기심을 통제하여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국가는 구성원들이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도록 강제한다.
국가 권력의 통제로 인해 인간들의 한없는 이기심과 잔인함이 표면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언뜻 보면 인간들은 서로를 존중하면서 평화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가가 힘을 잃으면 인간들의 야비한 탐욕과 사악함이 활개를 친다. 국가는 인간이라는 맹수에게 입마개를 채우는데 그칠 뿐이다. 맹수에게 입마개를 채운다고 해서 맹수가 온순해지지는 않으며, 입마개가 없어지는 순간 맹수는 자신의 본성을 드러낸다.
고통받는 자신을 생각하면서 울 수 있는 인간은 다른 인간이 고통받는 것을 보면서도 울 수 있다. 이는 울 수 있다는 것은 고통받는 인간이 자신이든 다른 사람이든 그 사람의 고통을 떠올리면서 그것에 공감할 수 있는 선하고 따뜻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랑과 동정의 능력과 상상력을 가진 사람만이 울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냉혹한 인간이나 상상력이 없는 인간은 쉽게 울지 않는다.
쇼펜하우어는 사람들이 신이나 사후세계가 두려워 그나마 악행을 자제하기도 하므로 종교를 무조건 배격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종교는 필요악이다.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할 때 실제로 두려워하는 것은 죽을 때 겪게 되는 고통이 아니라 개체의 소멸이다. 살려는 의지로서의 개체는 자신에게 주어진 생을 무조건적으로 영속시키고 싶어 하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몇 명의 장관이 지도 위에 머리를 맞대고 영토나 주민들에 대하여 논쟁하는 것을 우리는 대단한 행위로 본다. 그러나 그것은 서민들이 술집에서 카드나 트럼프의 승부를 놓고 아옹다옹하는 것과 본질에서 동일한 행위다. 이는 금으로 만든 장기 말들로 장기를 두는 것이나 나무로 만든 장기 말들로 장기를 두는 것이나 본질적으로 같은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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