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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근우 씨의 글을 읽다 보면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얼마나 편향된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지 깨닫게 된다.
어떻게 매번 색안경 없이 살 수 있겠냐만은 그럼에도 살아가면서 항상 의식하고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이 책을 읽는 내내 살면서 생각해오지 못했던 부분과 화제의, 유행하는 콘텐츠들을 소비하며 전혀 깨닫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카프카의 유명한 문장인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아마 본인에게는 이 책이 도끼의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발췌
삶 앞에 겸손해진다는 게 패배주의는 아니다. 오히려 시시한 개인으로 살기 위해 또 다른 수많은 시시한 개인들과 기대야 하며 사회에 대한 책무를 져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도 있다.
-<D.P.>가 군필 남성들의 자기 연민을 위한 땔감이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논의들
잔인함을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 구성된 가상의 세계 안에 마치 인간과 세계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라도 있는 양 으스대거나 추켜세우는 것에 나는 호들갑보다 좋은 표현을 찾지 못하겠다. 그리고 현재 K콘텐츠 혹은 K드라마 열풍에 대한 담론 상당수가 그러하다.
-'지금' 그리고 '우리'에 대해 무책임한 세계 - <지금 우리 학교는>
밑도 끝도 없는 악의 앞에서 우리는 굳이 용기를 내지 않아도 될 정당한 이유 백 가지를 찾아낼 수 있다. 앞서 비판적으로 인용한 "아예 올리지 말았으면 될 것을 결국 스스로 논란을 만들어냈고, 받지 않아도 될 비난을 받았다"는 기사의 논리는 유혹적이다. 맞는 말을 해도 욕을 먹을 거라는 걸 안다면, 그냥 침묵하는 게 현명한 일이다. 이것이 권력이 개인을 따뜻하게 침묵시키는 방식이다.
-하연수, 타협 없이만 누릴 수 있는 자유 하연수 인성.
그날 방송에서 진행된 얼굴 망가뜨리기 대결이라는 것이 중증 뇌성마비 환자에 대한 희화화가 될 수 있으며 당사자들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에 대해 지적한 언론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암울할 정도다. 무엇이 차별일 수 있는지에 대한 선, 차별은 나쁘다는 윤리적 선은 대체 어디 있는가. 애초에 존재하긴 하는가.
-차별주의자들에게 승리의 경험을 줄 때 벌어지는 일
다만 감각의 풍부함 대신 강렬한 자극의 경험만이 제공될 때 우리는 아마 삶의 다양한 맥락을 놓치게 될 것이다.
-을지 OB베어가 사라져도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힙'할 수 있을까
분식집에서 만난 초등학생들에게 수집한 스티커를 자랑하는 그의 모습엔 순수한 수집광의 기쁨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순수한 열망이 모여 SPC삼립은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자금이 넉넉한 SPC는 임종린 지회장의 시위장 근처 모 아파트 전 세대에 상품권을 돌렸다. 예상대로 해당 아파트 앞엔 민폐 시위 중단하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것이 앞으로 악의 없는 '띠부씰' 수집가들이 감내해야 할 실재의 무게다. 뮤츠 스티커는 귀하다. 노동자의 목숨과 권리는 몇 천 배더 귀하다. 후자를 위해 전자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후자가 부정되지 않는 세계에서만 전자의 즐거움이 온전해진다는 이야기다.
-임종린의 세계와 포켓몬빵의 세계라는 대혼돈의 멀티버스
'시월드'란 오랜 시간 반복된 가부장제의 문화 패턴이 각 가정마다 조합된 것에 가깝다. 며느리에게 말도 안 되는 몽니를 부리는 시부모가 있다면, 그들이 성격파탄자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허용되고 심지어 도덕적으로 정당화되는 문화적 배경이 여전히 습속의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부장제라는 문화적 담론은 관념적이기보다는 오히려 물질적이다. 한 인격적 주체에게 '며느리'라는 특정 역할과 규범을 부여하고 강제하는 것만큼 물질적인 힘이 어디 있는가.
-세상엔 오은영 박사님도 해결 못할 문제가 있다
강팀에서 일하고 싶고 강팀을 응원하고 싶다고 말하던 이들이 실제로는 강팀이 되기 위한 변화를 거부하는 모습은 충분히 현실적이다. 변화하면 좋겠지만 내 눈에 익숙한 만큼만, 노력해야겠지만 힘들지 않을 만큼만, 회의는 해야 하지만 서로 불편하지 않을 정도만 하길 바라는 것. 그러면서 강팀이 되면 좋겠다는 것.
-진심은 어떻게 진실을 속이는가 - <스토브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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